소닉유스 : 문샤인프로젝트
90년대에 소위 '락음악 좀 들었소'하던 이들에게 소닉유스는 무리를 가르는 기준점이자 척도였다. 쉽게 말해 세상은 소닉유스를 이해하는 부류와 그렇지 못한 부류로 나뉜 것같았다는 서글픈 이야기. 'Washing machine', 'Goo', 'Dirty'같은 앨범들을 끼고 살았지만 실제로 듣기 편한 몇몇 곡을 제외하고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씨디플레이어의 FF버튼을 누르기 일쑤였던 나에게 이들은 언제까지나 애증의 감정일 것만 같았다.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만 같던 그들의 속칭 '전위적인' 사운드는 락키드에겐 듣기 힘들어도 끝까지 감내해야만 하는, 게다가 그 사실을 절대 발설하지 않은채 '날 때부터 소닉유스를 이해하는 순종'인 척 하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도 그럴께, 지금처럼 mp3가 있길했나. 유투브가 있길했나? 오로지 소닉유스를 접하는 길은 CD와 음악감상실 뮤직비디오들 뿐이였는데, 그당시 뮤직비디오 클립으로 그나마 듣기 편한 'The Diamond Sea'같은 곡들을 신청해도 당당히 후반부가 잘려나간 버젼만 상영되곤 했었던게다. 마치 추상화만 그리는 화가는 정교한 데셍은 못할 것 같은 것처럼 기존 화성학의 범계를 뛰어넘는 소닉유스 역시 연주 실력은 그닥 훌륭하진 못할 것이란 내 해묵은 오해는 이러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 마음을 쉽게 주지 않는 심남이처럼 소닉유스는 숭배와 경멸이란 투페이스의 대상이였다.

이거원.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시크대마왕 킴고든의 입에서 '사실 나 보컬은 자신없어. 나는 내 키(음역)가 뭔지도 모르는걸?'이란 말이 나올꺼라 예상한 이가 있었겠는가. 소닉유스의 네버엔딩일 것만 같은 연주가 사실 그 내용이 불만족스러워 계속 이어진 연주였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이 영화는 기존 소닉유스에 대한 섣부른 환상과 편견을 가차없이 무너트린다. 킴고든의 허탈한 고백을 듣고 난 후 이어지는 'Shaking hell'은 그 어느때 들었던 버젼에 비해 생생하고 유머러스하다. '전위'가 어떻고 '아방가드르'가 어떻다는 치기어린 수사를 남발하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던 순간.

작년 Cindi 심야상영때 티켓을 끊어놓고도 롤링스톤즈의 '샤인어라이트'만 보고 내뺀 이유중 하나는 사실 소닉유스라면 왠지 지루하거나 어려워 참아내기 힘들 것 같다는 편견에서 기인했음을 고백한다. 뒤늦게 어쩌면 죽기전까지 못보겠다 싶었던 이들의 다큐를 직접. 그것도 스크린에서 확인했으니 참 다행이다. 더불어 그간 소닉유스에 대한 복잡다단한 감정을 떨쳐버리고 이제 그들과 함께 늙어가며 진심어린 팬심을 키울수 있게됬다는 사실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ps. 문샤인프로젝트는 우리로 치면 '하자센터'같은 곳인데, 소닉유스의 네바다 공연을 틈타 고등학생 7명이 다큐 제작을 의뢰. 이 허무맹랑한 제안을 소닉유스가 덜컥 받아들이면서 제작된 영화이다. (게다가 그 컨텐츠 자체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다른걸 다 떠나서 소닉유스란 밴드에 대한 기록의 역할에 있어서도 꽤나 의미있는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이건 정말 닥치고 소장해야만 할 것 같은 1순위 영화!

by undenied | 2009/06/24 01:42 | movie-note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undenied.egloos.com/tb/153434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그동안 찾아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by undenied


카테고리
diary
soothing my soul
review-note
movie-note
scrap-note
이글루 파인더

rss

skin by zodiac47